늦가을 노을이 지는 저녁, 쌀쌀한 바람에 이리저리 가벼운 소리를 내며 길모퉁이 구석진 곳을 나뒹구는 낙엽에는 가버린 사람들의 기억이 말라있다. 어떤 것은 온전히 잎사귀 모습을 갖추었으나 또 어떤 것은 반쯤은 부서져 메마른 줄기에 부스러기 같은 기억의 파편이 아슬하게 붙어있다. 낙엽은 가만히 있어도 바람이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회오리바람이 한줄기 불때마다 이름 모를 이들의 기억이 사라진다.
기억은 풍경과 심상心像을 마음이라는 도화지에 그린 것이다. 무릇 한 사람의 기억이란 세상 사람이 무관심하기가 십상十常이고 행여 관심 있어 되내어 보는 이라도 그저 이러니저러니 비슷한 얘기만 늘어놓을 뿐 정성들여 한붓 한붓 그린 본인 외에는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온전히 자기만의 영역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이 사람의 기억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사람이 사라지면 그런 기억도 말라 부서지고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린다.
예전에는 가을이면 낙엽 밟는 소리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2021년 8월 19일, 10시 5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