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올레 비비에스

쾰른 콘서트 앨범의 추억

키스 재럿의 쾰른 콘서트 앨범은 50여 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보기 드문 희대의 명반이자 나에게는 특별한 추억과 함께 기억되는 앨범이다. 매우 이른 나이에 독자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키스 재럿은 즉흥연주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는데 1975년 독일 쾰른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콘서트는 그의 이런 재능이 퀘이사의 밝기로 빛나 만든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콘서트였지만 제반 여건은 좋지 못하였는데 오페라 하우스에 애초에 원했던 그랜드 피아노 대신 다른 피아노가 배달되었고 다시 급하게 그랜드 피아노를 가져왔지만 튜닝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기술자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일부 음역대는 쓸 수 없어 키스 재럿은 연주하는 동안 그 음역대는 피하면서 즉흥연주를 해야 했으며 쾰른까지의 오랜 운전으로 인한 피곤과 수면 부족, 음식 등 여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1975년 1월 24일 밤 11시에 북두칠성처럼 반짝이는 보석 같은 음률을 펼쳤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쾰른 콘서트 앨범과 내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중학생 때였다. 당시 나는 음악에 관심이 많아 나름대로 친구들과 음악 매거진도 만들고 음악 잡지 등에서 접한 신보 앨범들을 눈여겨봐 두었다 용돈을 아껴 카세트테이프로 사서 듣곤 했다. 당시에 주로 재즈나 프로그레시브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성음에서 출반한 키스 재럿의 쾰른 콘서트 앨범도 아마도 그 와중에 특별한 배경지식 없이 사서 들었던 것 같다. 하루는 시험 기간이어서 하교 후 늦은 저녁에 독서실에 가서 친구들과 공부를 했는데 공부가 잘 안돼서 쉴 겸 독서실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를 피웠는데 겉멋에 입담배만 피다가 용기를 내서 속담배를 처음 펴 봤는데 기침도 나고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셔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이 아파서 독서실 내 자리로 돌아와서는 엎드려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마이마이를 틀었는데 그때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쾰른 콘서트 앨범이었다. 그 순간, Part I의 시작 부분에서 청아하게 콘서트 홀을 울리는 피아노 음이 비수처럼 날아와 고막을 때리고 가슴에 박히더니 한겨울 삭바람같이, 창가 처마 밑에 얼어내린 수정처럼 투명한 고드름같이, 시리도록 차갑고 청아한 멜로디가 깨질듯한 두통과 함께 어우러져 내 머릿속을 휘저었고 잠시 후 두통은 잦아들고 평안이 찾아왔다. 그렇게 키스 재럿의 쾰른 콘서트 앨범은 인생의 플레이리스트에 등록되었다.

2020년 6월 13일, 2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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