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올레 비비에스

도깨비불 이야기

때는 일본제국주의 강점시대 말기쯤으로 우리 외할머니께서 경남 창녕에서 부산으로 시집오셨을 때 이야기이다. 부산 서구 끝자락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송도 해수욕장이 있고 그 해안가 안쪽으로 장군산이라는 나지막한 산이 있는데 외할머니께서는 당시 숲이 우거진 이 산의 깊숙한 곳에 집을 지어 살고 계셨다. 내가 어릴 때 갔을 때만 해도 숲은 온데간데없이 골목길이 이리저리 나 있고 곳곳에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지만 당시는 말 그대로 숲이 우거진 산속 외딴 집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저녁에 외할머니께서 제사를 지내기 위해 부엌에서 제사 음식을 준비해 놓고 잠깐 나갔다가 다시 와 보니 부엌 안에 퍼런 불덩이가 서 있었다고 한다. 부엌 출입문이 낮아 안에 서 있는 퍼런 불덩이의 머리는 보이지 않았고 가슴에는 태극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깜짝 놀라신 외할머니는 부엌칼을 들이밀며 "니 누꼬?" 하며 소리를 쳤는데 그러자 그 퍼런 불덩이가 휘익 부엌을 나와서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당시 송도 해안가 마을 사람들도 퍼런 불덩이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외할머니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우르르 몰려왔는데 외할머니에게서 이런 사정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말하기를 제사 음식이 부정을 탔으니 다 버리고 새로 지은 쌀밥에 정안수로 제사를 지내라 하여 그리하셨다고 한다. 

2020년 5월 21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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