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올레 비비에스

인생의 전환 시점

며칠 전 평소에 간직하던 생각을 돈가스를 먹으면서 얘기한 적이 있다.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말했는데 또 문득 생각이 나서 여기에 적어 본다. 인생의 전환 시점에 관한 경험을 말하고 싶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1층 진학상담방에 선배들의 학업성적을 카드로 만들어 놓고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선배들이 어떻게 학업능력을 성취해갔고 그렇게 해서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합격했다는 것을 기록해서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해 두었었다. 나는 거기에 자주 드나들며 내가 대학에 갈 수 있을까부터 갈수 있다면 어느 대학에 원서를 넣어볼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보곤 했다. 그 당시 나는 컴퓨터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전산학과(당시에는 컴퓨터라는 단어는 학과 이름에 쓰질 않았다)나 그 유사 계통의 학과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에도 전산학과는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다. 그러다가 진학상담방에서 알게 된 경영정보학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내심 여기를 목표로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 당시 내 수준으로는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경영정보학과에 간당간당 했는데 입시 원서를 쓸 때쯤에는 내 실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했었나 보다. 아버지께서 학교에 오셔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셨는데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던 나를 담임선생님이 교무실로 부르더니 경남대 회계학과에 원서를 넣는 게 좋겠다고 했다. 당시에 내가 주체적인 성격이었다면 거부를 했을 텐데 그때는 우유부단하고 생각의 폭이 그렇게 넓지 못했었다. 뭔가에 끌려가듯 그냥 하라는 대로 했는데 그 순간이 인생의 전환 시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아니 거의 확신에 가깝다. 마치 다중우주 속의 회사원이 될 나와 다소 긴 방황의 시간을 보내게 될 내가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특정 분야에 대한 나의 그런 열정을 이해하기 어렵고 또 그런 열정이 불러올 결과도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누구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그 당시에는 그랬다는 것이고 내 인생의 전환 시점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 한순간, 당시의 나의 생각과 의지였다는 것이다. "싫습니다. 나는 경영정보학과에 원서를 넣겠습니다"라는 말을 못 한 나의 용기 없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렇게 경남대학교에 원서를 넣었고 시험을 쳤다. 시험을 치고 나서 해방감에 부산대학교 앞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다 집에 전화를 하니 아버지께서 내가 경남대학교에 합격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는 그리 기뻤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다음날인가 아버지께서 마산 경남대학교까지 직접 가셔서 합격자 명단 대자보에 붙어있던 내 이름과 수험번호를 오려서 가져오셨다. 아버지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비로소 기뻤다.

2019년 7월 19일, 21시 47분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