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올레 비비에스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

여러 기록과 불명확한 기억을 더듬어 보건데 이 짧은 단편소설은 유튜브에서 본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한 에니메이션을 모티브로 2007년 12월 쯤에 초안을 썼다가 2012년 7월 또는 그 이전 쯤에 완성한 글로 생각됩니다. 


웨이크 노먼에게 있어서 그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적어도 그랜드 뉴욕시¹안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은 그가 유일했으며 그의 결정은 곧 지루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상원 의원 제럴드 코헨은 시장의 권한으로 그의 강제 구인을 주장하고 나섰고, 이에 맞서 종군기자이자 토론 프로그램 사회자로 유명한 앤서니 카멜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은 존중받아야 한다며 노먼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신이 허락한 지난 3개월간의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노먼과 같은 결정을 내린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최초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처음 결정을 철회하고 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신이 제시한 마지막 날, 시장 페더릭은 직접 노먼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결정을 되돌릴 것을 설득했다. 노먼은 시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자신의 결정은 확고하며 자신은 지구 외 다른 행성에서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지구에서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하루 종일 친구들과 저명인사들의 설득 전화가 이어졌고 그는 결국 전화 플러그를 뽑아야 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나와 서로에게 키스를 하며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행성에서의 삶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다.

그 시각, 노먼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랜드 뉴욕시에서 가장 높은 센트럴 뷰엥 빌딩 104층의 그의 사무실에 앉아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을 보고 있었다. 노먼은 그가 마음을 굳힌 이후 때때로 들곤 했던 불안감이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허전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그때였다. 지난여름 갑자기 천공에 모습을 드러냈던 신이 그 모습 그대로 그 앞에 나타났다. 노먼은 잠시 놀랐지만 이제 자신에게 더 놀라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무덤덤하게 그 앞의 신을 마주 보았다.

신은 그에게 모두가 떠난 지구에서의 삶은 노먼을 파멸로 이끌 것이라며 그것은 자신의 뜻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파멸로부터 노먼을 구하고 싶다고 말하며 내일 아침 자신과 함께 지구를 떠날 것을 제안했다. 노먼은 신의 제안에 감사하며 지구에서의 삶이 자신의 운명의 끝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를 바라보던 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밖 그랜드 뉴욕시의 야경을 한동안 바라보다 홀연히 사라졌다.

다음날 아침, 밤새 사무실 소파에 누워 잠을 뒤척인 노먼은 센트럴 뷰엥 빌딩 201층 옥상에 올라갔다. 느려진 지구의 자전²은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까지 늦춰버려 이제 지구 상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매일 느려지는 고장 난 탁상시계처럼 느껴졌다.

마침내 떠오르는 태양이 천천히 금빛 물결을 한줄기씩 쏟아붓자 그랜드 뉴욕시의 고층건물 사이로 황금빛 햇살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 사이로 그랜드 뉴욕시의 시민들을 태운 신의 배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백 척의 신의 배들은 곧 하늘을 가릴 듯 뒤덮었고 천천히 선두를 우주로 향하더니 곧이어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의 배들이 사라진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구 자전이 느려지면서 이제 바람은 거의 불지 않고 새들의 지저귐도 사라진지 오래인 이 거대 도시는 사람의 자취마저 사라져 적막한 공간이 되어 버렸다. 지구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인간이 된 노먼은 스스로의 인생을 통해 완벽하게 혼자가 된 순간을 맞아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하지만, 노먼은 곧 그 갈증이 사라질 것을 알고 있었다.

느릿느릿 태양은 하늘 가운데 다다르고 세상이 밝은 빛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순간이 자신의 마지막 기억으로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먼이 한 발을 허공을 향해 뻗자 곧 그의 몸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곧 갈증은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는 갑자기 암흑이 찾아왔다.

노먼은 눈을 떴다. 어둠이 아침 안개처럼 서서히 사라지더니 아주 흐릿하게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상 500 미터에서 떨어졌는데도 살아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그는 자신이 천국에 와 있다고 생각했다. 차츰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그가 처음 본 것은 길바닥에 흩어져 있는 로봇 부속품들이었다. '천국에 로봇이라니' 하는 생각을 하며 그는 팔을 움직여 일어나려고 했지만 팔은 감각이 없었다. 고개를 겨우 돌려보니 자신의 팔은 반이 부서져 나뒹굴고 있었다. 다리도 감각이 없었다. 순간, 눈앞에 신체 손상도를 나타내는 그래픽이 표시되더니 잔여 에너지양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등이 보였다. 곧이어 노먼은 눈앞의 장막이 걷히는 것을 느꼈다.

모든 진실을 한순간에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면 이런 기분일까. 노먼은 자신의 존재를 찰나에 스스로 깨달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다시 에너지양을 체크했다. 채 10시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웨이크 노먼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0시간 후면 다시는 깨어날 일 없을 테니.

1. 22C, 뉴욕시를 중심으로 한 북미대륙의 동쪽 대부분을 포함하는 거대도시

2. 자전속도가 느려지면서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

※ 여러번 수정 보완된 기존 문서로서 정확한 작성 날짜를 특정할 수 없으나 konstnaryong.com 사이트에 등록될 때 여러 백업 자료를 근거로 한 가장 이른 시각은 2012년 7월 20일, 23시 31분 27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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